<다크 섀도우> 이상한 나라의 팀 버튼

팀 버튼과 조니 뎁의 영화. 긴 설명이 필요 없다. 머릿속에 밑그림이 대강 그려진다. <가위손>을 시작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까지 그들은 7편의 영화를 함께했다. 독특하다, 컬트적이다. 창의적이다. 엉뚱하다. 괴짜들이다. 그들을 따라다니는 단골 수사들이다. 최근엔 또 하나의 평가가 추가되는 분위기다. “예전 같지 않다”가 아마 많은 이들이 이들 콤비에게 느끼는 아쉬움일 게다. 실제로 두 사람 최근작들의 완성도는 전반기 영화들에 비해 뒤쳐져 있다. 그런 점에서 그들이 8번째로 만난 <다크 섀도우>는 떠나가는 팬들의 마음을 다시 부여잡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있었다’라고 표현한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8세기. 바니바스(조니 뎁)는 명문가 콜린스 가문에서 태어난다. 가진 게 많았으니 여자도 따랐다. 그중엔 ‘하녀의 탈을 쓴 마녀’ 안젤리크(에바 그린)도 있었다. 마녀의 구애를 뿌리치고 다른 여인을 사랑한 대가는 가혹했다. 안젤리크의 저주로 뱀파이어가 된 그는 무덤 속에 묻히고 만다. 그렇게 200년이 흐른다. 도로공사 인부들에 의해 세상 밖으로 나온 그는 변한 세월 앞에서 좌충우돌하고, 몰락 위기에 놓인 가문 재건에 앞장선다.

<다크 섀도우>의 원작은 1966년부터 5년간 방송된 동명의 TV시리즈다. 팀 버튼과 조니 뎁은 이 TV 시리즈의 열혈 팬이었다. 두 사람의 영화 작업이 얼마나 신났을지 상상하고도 남을 일이다. 영화는 상당히 ‘팀 버튼 스럽다’.(원작을 보지 못하 관계로 오리지널과의 비교는 불가능하다.) 고딕풍의 미술, 기괴한 분장, 뒤통수 때리는 유머에서 팀 버튼의 인장이 발견된다. 그의 전작 <가위손> <비틀 쥬스>가 읽힌다. 이뿐 아니다. 엽기적인 패밀리의 모습에서 <아담스 페밀리>와 <안녕 프란체스카>의 분위기가, 18세기 귀족 바니바스가 20세기로 떨어져 우왕좌왕 하는 모습에선 최근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가 떠오른다. 사랑 앞에선 영락없이 <트와일라잇>이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속에 틈틈이 숨은 팀 버튼 특유의 유머가 반갑다.

하지만 그 유머는 단발적인 성과에 머문다. 이미지와 유머에 비해 영화의 이야기 구성은 아쉽다. 놀랄 일은 아니다. 팀 버튼이 스토리보다 이미지가 강한 감독이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니까. 문제라면 이미지와 스토리의 격차가 시간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도 팀 버튼의 서사는 완성도 면에서 종종 지적돼 왔지만, 그것들은 강렬한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감정의 파고 안에서 충분히 무마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다크 섀도우>는 다르다. 이미지가 스토리의 약점을 덮어주기엔 개연성이 많은 부분에서 삐걱거린다. 빈약한 스토리 위에서의 유머들은, 빠르게 휘발될 뿐이다. 캐릭터에 개성을 입히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그 개성들을 효율적으로 사용했는지는 의문이다. 미셀 파이퍼, 헬레나 본햄 카터, 클로이 모레츠의 매력을 영화가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다크 섀도우>는 팀 버튼과 조니 뎁 두 콤비가 빚어낸 평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이유는 조니 뎁과 에바 그린의 매력 덕분이다. 특히 에릭 시걸의 ‘러브스토리’를 읽고 감동받아 “사랑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거야…(러브 스토리 명대사)”라고 읖조리는 순정 뱀파이어 바니바니를 그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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